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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 근처에서 자취를 시작하면서, 점심 저녁은 거의 다 편의점 도시락으로 해결하게 됐습니다. 처음엔 편했죠. 특히 출근길에 CU 들러서 아침 샌드위치 하나, 점심은 ‘김치제육덮밥’이나 ‘치킨마요’ 같은 익숙한 메뉴로. 익숙하면서도 그나마 따뜻하고, 무엇보다 조리 시간이 필요 없는 점이 제겐 큰 메리트였어요.

하지만 그게 하루 이틀이 아니라 한 달, 세 달, 1년이 되니까 슬슬 한계가 느껴지더군요. 영양이 부족한 건 물론이고, 먹는 행위 자체가 기계적이 돼버렸어요. 맛이 없다는 게 아니라, ‘또 이거구나’ 싶은 무감각. 거기에 더해 심리적인 피로감도 찾아왔습니다. 매번 일회용 포크로 비닐 용기 긁으며 밥 먹는 내가, 어느 순간 불쌍해 보이더라고요.

가끔은 편의점 카운터에서 도시락 결제하며
‘이 사람이 날 보고 뭐라고 생각할까?’
괜히 민망한 마음도 들었어요.

요즘은 그래서 한 달에 두세 번 정도는 집에서 뭔가 하나라도 만들어 먹으려 노력 중입니다. 냉동 새우에 소금구이 하나, 라면 대신 수제비 끓여보기 같은 거요. 진짜 대단한 요리는 아니지만, **“내가 나를 챙겨주는 느낌”**을 받을 수 있어요.

편의점 도시락은 여전히 든든한 친구예요.
하지만 모든 식사를 그걸로 채우는 건, 결국 나 자신을 방치하는 일이 될 수도 있다는 걸 깨닫게 됐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