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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왜 항상 ‘말 안 해도 알 줄 알았어’라고 기대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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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청량미
댓글 0건 조회 694회 작성일 25-05-19 1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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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와 마음이 어긋나고,
서로 등을 돌리게 된 후에야 깨닫는 게 있습니다.
“왜 아무 말도 안 했어?”
“너는 왜 몰랐어?”
그리고 그 사이엔 항상,
‘말 안 해도 알 줄 알았던’ 기대가 있더라고요.

저는 늘 그랬습니다.
속상해도 말하지 않고,
기대에 어긋나도 그냥 삼키고,
눈빛이나 태도만으로 내 마음이 전달되길 바랐어요.

연인 사이에서도 마찬가지였고,
친구 사이, 가족 사이도 별반 다르지 않았습니다.

“내가 기분 나쁜 걸 알아채길.”
“지금은 건드리지 않길.”
“한 마디 위로를 해주길.”
이런 마음을 가지면서도,
정작 그걸 말로 꺼내진 않았습니다.

왜냐고요?
그게 **‘말하지 않아도 통하는 관계’**라고 믿었기 때문이에요.

하지만 지금은 압니다.
그런 관계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요.

말하지 않으면, 모릅니다.
표정이 아무리 굳어 있어도,
상대는 그냥 피곤한 줄로만 알 수 있고,
기운 없어 보여도, 그냥 바쁜 줄로만 넘길 수 있어요.

나는 마음이 상해서 멀어졌다고 생각했는데,
상대는 ‘왜 이러는지 모르겠다’며 오히려 상처받았던 적도 많았죠.

그렇게 오해가 쌓이고,
쌓인 감정이 감정 아닌 ‘분노’로 커졌을 때,
비로소 우리는 터뜨립니다.
그리고 서로 놀랍니다.

“왜 이렇게 갑자기 화를 내?”
“내가 뭘 그렇게 잘못했는데?”

그럴 때마다 속으로 외칩니다.
“아니, 나는 계속 신호를 보냈잖아.”
하지만 그 신호는 대부분 내 기준의 방식이었고,
상대는 그걸 ‘신호’로 인식하지 못한 채 지나쳤던 것이죠.

그래서 저는 요즘 생각을 바꾸고 있어요.
‘말하지 않아도 알겠지’라는 기대보다
‘설명해야 알 수 있다’는 전제를 먼저 떠올리려고요.

마음이 상하면 “지금 이 말이 조금 서운했다”고 말하고,
기대가 무너지면 “사실 이런 걸 바라고 있었어”라고 털어놓으려고 합니다.

처음엔 쉽지 않았습니다.
내 감정을 말로 꺼낸다는 건
어떤 면에선 내 약한 부분을 드러내는 일이기도 하니까요.

하지만 그렇게 조금씩 말하기 시작하자
오히려 오해가 줄고,
상대도 자기 감정을 조심스럽게 열더라고요.

관계는
말하지 않아도 통하는 것이 아니라,
계속 설명하고 맞춰가는 과정이라는 걸
조금 늦게, 그러나 확실하게 배웠습니다.

특히 가까운 사람일수록 더 그래요.
가까우니까, 더 무심해지기 쉽고,
가까우니까, 더 알아주길 바라게 되거든요.

이젠 말하려고 합니다.
“지금은 혼자 있고 싶어.”
“그 말, 사실 좀 상처였어.”
“이런 일이 있어서 많이 지쳤어.”
짧은 한 마디가, 오해를 막고
내 마음을 보호하는 ‘울타리’가 된다는 걸 알았으니까요.

여전히 실수도 하고,
말하고 나서 후회할 때도 있지만,
그래도 말하지 않고 서서히 멀어지는 것보단
훨씬 나은 것 같아요.

그래서 오늘도 되뇝니다.
“말 안 해도 알 줄 알았어” 대신
“말해야 알 수 있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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