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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인스타그램을 시작했을 땐,
사진을 올리기 위해 카페에 가고,
글 하나 쓰려고 오늘 하루를 어떻게 정리할까 고민하던 그 시간이 꽤 즐거웠어요.
예쁜 풍경, 좋은 음식, 여행 사진.
그 순간들을 남들과 공유한다는 게 일종의 삶을 ‘기록’하는 재미였거든요.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SNS는 기록이 아니라 **‘경쟁’**이 되기 시작했습니다.

“좋아요가 몇 개지?”
“왜 이 사람은 댓글 안 달았을까?”
“이 사진 올리면 오글거리지 않을까?”
심지어는 내 일상 자체를 판단받는 기분이 들 때도 있었어요.

남들은 제주도, 파리, 뉴욕을 여행하는데
나는 집에서 라면 끓여먹는 모습만 올리게 되면
자꾸 ‘뒤처지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고요.
잘 나가는 친구의 일상이 내 피드에 계속 떠오르면
어느 순간 그 사람을 피하게 되더라고요.
심지어 좋아했던 친구였는데도요.

그러다 어느 날,
정말 아무 이유 없이 마음이 너무 지치던 날
그냥 비공개 버튼을 눌렀습니다.

‘일시적 조치’였죠.
잠깐만 숨 좀 돌리자는 마음으로 계정을 닫았습니다.

처음 며칠은 손이 계속 인스타그램 앱을 향하더군요.
습관처럼 열었던 그 앱,
비공개로 돌리고 나서도 여전히 알림을 확인하려고 폰을 들게 되더라고요.
그게 얼마나 내 일상에 깊숙이 들어와 있었는지를
그제야 깨달았습니다.

그런데 그걸 참고,
일주일, 한 달이 지나고 나니
놀랍도록 마음이 조용해졌습니다.

누가 뭐 올렸는지 신경 쓸 필요 없고,
사진을 어떻게 찍어야 예쁘게 나올지 고민하지 않아도 되고,
보여주는 삶이 아닌, 내 실제 하루에 더 집중하게 되더라고요.

예전에는 음식이 나오면 자동으로 사진을 찍었어요.
하지만 요즘은 그냥 “따뜻할 때 먹자.”
이 말이 먼저 나옵니다.
풍경이 멋져도 사진보다
“이 순간이 참 좋다”는 감정에 먼저 집중하게 됐어요.

그리고 한 가지 놀라운 건,
주변 사람들이 나를 더 궁금해한다는 점이에요.
예전에는 다 알고 있으니까 따로 연락하지 않았던 친구들이
“요즘 뭐 해?”
“요즘 사진 안 올리던데 잘 지내?”
이렇게 직접 연락을 주더라고요.

그제서야 느꼈어요.
SNS에서 내가 얼마나 많은 걸 ‘알려주고 있었다’는 걸.
알려주지 않으니까, 오히려 더 진짜 대화가 생기더라고요.

물론 SNS가 나쁘다는 건 아닙니다.
저도 여전히 계정은 유지하고 있고,
좋은 글이나 사진은 가끔 몰래 훑어보기도 해요.

하지만 최소한,
그 안에서 나 자신을 비교하고 조급해하는 일은 멈췄습니다.

이젠 더 이상
누가 뭘 먹었는지,
어디로 여행 갔는지,
얼마짜리 가방을 샀는지에 흔들리지 않아요.

그보다는
‘오늘 내가 나를 위해 무엇을 했는지’
‘내 마음이 오늘 어떤 색이었는지’
그걸 더 중요하게 느끼게 됐습니다.

SNS 비공개는 단순한 버튼 하나지만,
저한테는 **‘내 삶을 나한테 되돌리는 선택’**이었어요.

지금도 누군가는
SNS가 없는 삶을 상상하지 못할 수도 있어요.
하지만 가끔은,
그 안에서 한 발쯤 물러나 보는 것도 괜찮습니다.
고요한 삶에는 나름의 따뜻함이 있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