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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중고거래, 진짜 장터 아닌 전쟁터 수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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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청량미
댓글 0건 조회 860회 작성일 25-05-19 1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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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고거래 앱을 처음 깔았을 때만 해도
“이야, 이거 물건도 팔고 돈도 벌 수 있고, 괜찮네?”
생각했어요.
막상 써보니까 진짜 신세계 같더라고요.
생각보다 사람들이 깔끔하게 거래하고,
사용감 괜찮은 제품을 저렴하게 살 수 있고.

그래서 냉장고 정리도 할 겸,
집에 안 쓰는 가전제품, 책상, 의자, 아이 장난감까지
한 번에 쭉 올려봤습니다.
첫 거래가 잘 되니까 뭔가 뿌듯하기까지 했죠.

하지만… 그건 초반 2~3건 정도 얘기였습니다.
그 뒤로는 진짜, 거래보다 스트레스가 더 커졌습니다.

먼저, “예약”이란 단어는 거의 믿을 수가 없습니다.
"내일 오전에 갈게요."
"저녁에 퇴근하고 들를게요."
그렇게 약속 잡고 기다리면, 그 시간 지나도 안 오고,
연락도 없고, 심지어 차단까지 해놓는 경우도 있어요.

거래 성사 직전까지 가서
“죄송한데 좀 깎아주세요”는 애교 수준이고,
"택배로 보내주시고, 입금은 확인 후에 드릴게요"
라는 말까지 들으면 그냥 뒤로 넘어갑니다.

한 번은 자전거를 판매하려고 올렸는데,
구매 희망자가 와서 시승해보겠다고 하더니
10분 넘게 자전거 타고 갔다가 돌아와서는
“생각보다 별로네요” 하고 그냥 돌아서더군요.
그때 받은 허탈감, 정말 지금도 잊혀지지 않습니다.

문제는 사람마다 거래 예절 기준이 너무 다르다는 점이에요.
어떤 분은 도착 10분 전에 “곧 도착합니다” 연락까지 주시고,
상품 받자마자 “감사합니다” 톡까지 보내주시는데,
어떤 분은 '내가 당신에게 잘못 팔았나?' 싶을 정도로
불쾌한 태도를 보여요.

요즘은 진짜,
‘사람을 판별하는 앱인가?’ 싶을 때도 있습니다.

그리고 판매자와 구매자 간의 위계가 무너진 구조도 문제예요.
구매자는 무조건 갑처럼 굴고,
판매자는 사정해야 하는 분위기.

“정가보다 싸게 파는 건 기본 아니냐”
“중고인데 왜 상태를 이렇게 따지냐”
이런 말들을 들을 때면,
도대체 중고거래의 상식이 어디까지 무너졌나 싶어요.

무엇보다 피곤한 건,
‘중고거래’가 더 이상 ‘필요한 물건을 주고받는 과정’이 아니라
협상의 장, 신경전의 장, 그리고 감정소모의 장이 되어버렸다는 겁니다.

심지어 요즘은
구매자들이 제품 사진을 캡처해서,
비슷한 다른 판매자에게 가격을 비교하며
“여긴 더 싸게 주던데요?” 식으로 흥정하는 경우도 많아졌습니다.
정말… 그럴 거면 그냥 거기서 사시지 왜 저한테 와서…

결국 저는
몇 달간의 거래 경험 후
현재는 아예 게시글 자체를 최소한만 올리거나,
거래 조건을 아주 단호하게 씁니다.

“예약 안 받습니다.”

“가격 제안 정중히 거절합니다.”

“직거래만 합니다. 택배X.”

“먼저 연락 주신 분과 거래합니다.”

이렇게 쓰다 보면
‘너무 까칠하게 보이려나’ 싶다가도,
거래가 깔끔하게 끝나고 나면
‘잘 썼다’ 싶어요.

그리고 무엇보다 확실해진 건,
중고거래는 물건 거래이기도 하지만, 결국 ‘사람과의 거래’라는 점.

어느 순간부턴
물건이 문제가 아니라,
사람을 상대하는 게 더 피곤해서 그만두고 싶어지더라고요.

그래도 가끔,
정말 매너 좋은 분 만나면 다시 마음이 풀립니다.
“덕분에 필요한 물건 잘 샀어요.”
“아이 장난감 너무 좋아해요. 감사합니다.”
그 한 마디에, 피로가 확 사라져요.

결국, 저는 오늘도 조심스럽게
다음 거래를 고민합니다.
장터일지, 전쟁터일지 알 수 없지만
혹시 또 괜찮은 사람 만날 수도 있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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