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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 안 한 친구들과의 거리, 점점 느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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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청량미
댓글 1건 조회 577회 작성일 25-05-19 12: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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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결혼 5년 차, 아이는 아직 없습니다.
대학 시절부터 쭉 함께 지내온 절친 셋이 있는데요.
그중 둘은 아직 싱글이고, 한 명은 2년 전에 해외로 나가서 연락이 뜸해졌습니다.
예전에는 1년에 몇 번씩 꼭 만나서 밥도 먹고 여행도 다녔는데,
이젠 그마저도 조율하기가 점점 어려워졌어요.

단순히 시간 문제가 아니라,
마음의 거리가 조금씩 생기는 걸 느낍니다.
예전엔 같은 말장난에 웃고, 같은 노래를 좋아하고,
심지어 같은 웹툰에 푹 빠져서 새벽까지 단톡방이 불타곤 했는데,
요즘은 카톡창이 조용합니다.

간간이 올라오는 근황도
서로 ‘읽’하게 되고,
“이 얘길 해도 되나? 불편하지 않을까?” 생각하게 돼요.

가장 큰 변화는 대화의 내용이 달라졌다는 점이에요.

친구는 여전히 연애 얘기를 하고, 소개팅 얘기를 하고,
연애하면서 겪은 감정의 굴곡들을 나누고 싶어 해요.
하지만 저는 어느 순간부터 그런 얘기가
예전만큼 깊게 공감되지 않더라고요.

반대로, 제가 ‘남편이 요즘 좀 소홀한 것 같다’거나
‘부부간 거리감이 느껴질 때 어떻게 해야 할까’
같은 얘기를 꺼내면,
친구들이 대체로 **'그건 너희 둘의 문제잖아'**라는 느낌으로 넘기는 걸 느낍니다.

물론 친구들이 나쁜 건 아니에요.
그들도 이해하려 노력하고, 공감하려고 애써요.
그런데 그 공감이 더 이상 자연스럽고 깊은 공감이 아니라는 것이 문제죠.

이럴 때면 저는 묘한 외로움을 느낍니다.
같은 시대를 살아가고 있지만,
서로 다른 챕터에 있는 기분이랄까요.

서운한 적도 많았어요.
제가 연락하지 않으면 먼저 연락 오는 친구가 거의 없고,
명절이나 기념일에도 서로 무심해졌고,
결혼기념일 같은 건 축하 메시지 한 마디 없는 게 당연해졌고요.

그래서 한동안 친구가 나를 멀리하는 건 아닐까 고민한 적도 있습니다.
하지만 나중에 알게 됐어요.
멀어진 게 아니라, 서로가 각자의 삶에 너무 집중한 거라는 걸.

이해합니다.
30대 중반.
누구는 결혼 준비에, 누구는 이직 준비에,
누구는 부모님 병간호에, 누구는 육아에…
삶이 다르고, 처지가 다르고, 관심사도 달라졌어요.

그런데도 여전히 아쉽긴 합니다.
예전처럼 아무 얘기나 털어놓고
상대가 다 받아주던 시절이 그립고,
어디든 함께 떠날 수 있던 그 자유로움이 그립습니다.

최근엔 한 친구가 갑자기
“우리 모임 너무 형식적인 거 같아”라고 톡을 보냈습니다.
그 말이 마음에 꽤 오래 남았어요.

맞아요.
우리 관계가 어느 순간부터
의무적인 밥약, 6개월에 한 번 보는 자리,
애매한 톤의 안부 톡으로 유지되는 사이가 됐죠.

그런데 또 반대로 생각하면,
그럼에도 불구하고 끊기지 않는 사이이기도 해요.
자주 보지 않아도, 큰일 생기면 연락할 수 있는 사람.
그 존재 하나만으로도 삶은 덜 외로워집니다.

결국 친구란,
매일 보지 않아도 끊기지 않는 끈처럼
어느 지점에선 말 없이 곁에 있어주는 사람 아닐까요.

그렇다고 해서
과거의 관계로 돌아가긴 힘들겠지만,
지금의 변화된 관계를 애써 부정하거나 회피하지 않고
서로의 속도와 간격을 존중하는 사이로 가는 것,
그게 어른의 우정 같다는 생각이 요즘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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