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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편의점 알바, 진짜 쉽지 않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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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청량미
댓글 0건 조회 747회 작성일 25-05-19 12: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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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학기부터 등록금과 생활비를 벌기 위해 편의점 야간 알바를 시작했습니다.
솔직히 처음엔 “그냥 물건 계산하고 진열만 하면 되겠지” 싶었어요.
그런데 막상 해보니, 생각보다 훨씬 더 고단하고 복잡한 일이더군요.

가장 먼저 느낀 건, ‘정신력’이 정말 많이 소모된다는 점이었습니다.
야간 근무는 특히 더 그렇습니다.
사람은 뜸한데, 오는 손님들의 비중이 극단적이에요.
한 명은 조용히 물건 사가지만, 다른 한 명은 진상 손님일 확률이 높죠.

예를 들어,
“담배 그거 있잖아, 맨 위에 그 까만 거.”
“그거 말고, 그거 있잖아. 그… 그거 있잖아.”
이렇게 말씀하시는 분들, 하루에도 서너 명은 꼭 오십니다.
종류만 수십 가지인데 ‘그거’라고 하시면 대체 뭘 드려야 할지.

또 어떤 손님은
계산까지 다 끝내놓고 5분 뒤에 다시 와서는
“아, 이거 취소해줘요. 지금 보니까 별로야.”
말은 쉽게 하시지만, POS 기계에서 취소 처리, 카드사 연동, 영수증 수정…
단순한 일이 아닙니다.

가장 힘든 순간은 새벽 2~3시,
술이 덜 깬 손님이 들어왔을 때입니다.
말도 헛나오고, 뭔가에 짜증이 가득해 있는 상태인데
그 분노가 알바생인 저한테 향할 때가 많아요.

한 번은 컵라면을 결제하고
“물은 왜 이렇게 늦게 나와요?” 하며
전자레인지 앞에 있는 저를 소리치며 밀치듯 지나가신 분도 있었습니다.

감정노동, 정말 힘듭니다.
가끔은 물건 파는 게 아니라, 내 감정을 팔고 나오는 느낌이에요.

게다가 요즘은 단순히 계산만 하는 게 아니라
택배 접수, 포장, 편의점픽업, 복권, 모바일 결제, 쿠폰 스캔…
정말 ‘미니 종합 서비스센터’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에요.

심지어 아이스크림 1+1 행사 품목이 바뀌는 날엔
냉동고에서 행사 라벨 다 교체해야 하고,
유통기한 지난 도시락은 폐기처리,
점포별 정산 마감 보고까지 해야 합니다.

그러면서도 손님 한 명 놓치면 바로 매출에 영향 가고,
혼자 일하는 시간엔 화장실도 마음대로 못 갑니다.

그런데 그 모든 걸 감안해도
급여는 최저시급에 딱 맞춰지거나, 고작 100~200원 정도 올라갈 뿐이죠.

이 일을 하면서 배운 건
세상이 생각보다 더 복잡하고,
사람이라는 존재가 더 다양하며,
그 속에서 내가 지킬 수 있는 ‘선’이 필요하다는 거예요.

진상 손님에게 화내고 싶은 순간도 많지만,
내가 한 말 한 마디로 다음 알바생이 힘들어질 수도 있다는 걸 생각하게 되더라고요.

또 하나 느낀 건,
정말 매너 좋은 손님이 얼마나 귀한 존재인지에 대한 감동이에요.

계산하면서 "고생 많으시네요." 한 마디 해주시는 분,
물건 가져오실 때 바코드 방향 맞춰서 주시는 분,
라면 물 붓고 정리까지 해주고 나가시는 분…
이런 분들 한 명 한 명이
제 하루를 살게 하는 작은 힘이 돼줍니다.

편의점 알바, 단순해 보이지만
하루에도 수십 번의 판단과 수용, 인내와 계산이 함께하는 일이에요.

이 일을 하면서 저는
조금은 더 조심스러운 사람이 된 것 같아요.
다른 가게에서 무심코 건넸던 말이나 행동들이
어떻게 보였을지 되돌아보게 되니까요.

세상엔 쉬운 일이 없다는 말,
지금은 정말 진심으로 와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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