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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왜 아직도 ‘명절 스트레스’에 묶여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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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청량미
댓글 0건 조회 526회 작성일 25-05-19 12: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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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대 중반, 결혼 3년 차.
결혼 전까지만 해도 명절은 그저 귀찮은 가족행사 정도였어요.
그런데 결혼하고 나니, 명절이란 단어에 **‘의무’와 ‘긴장’**이 따라붙더군요.

올해 설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출발 전부터 기분이 싱숭생숭했죠.
시댁은 차로 3시간 거리. 가는 길에 남편은 조수석에서 음악 들으며 눈을 감고 있고,
저는 앞자리에서 네비 보고, 간식 챙기고,
혹시 늦지 않을까 마음 졸이며 운전대를 잡았죠.

시댁에 도착하자마자 눈에 들어오는 건 이미 분주한 부엌 풍경.
말은 “아유, 멀리서 왔는데 좀 쉬어”라지만
몸은 이미 자동으로 설거지통 앞에 서 있고,
전 부치고 고기 굽고, “이건 누구 거?” 하며 쟁반 옮기다 보면 하루가 다 갑니다.

그러는 동안 남편은 거실에서
아버님, 형님과 함께 TV를 보거나 웃고 있죠.
말은 안 하지만, 마음 안에서 작은 서운함이 자라납니다.

그렇게 일 다 끝내고 나면
밥상 앞에서야 겨우 앉을 수 있는데,
그때쯤엔 이미 손도 마음도 지쳐있어요.
사람들 대화엔 끼지 못하고, 조용히 국이나 뜨고 있는 제 모습에
‘내가 여길 왜 왔지?’라는 생각이 스멀스멀 올라오죠.

문제는 이게 매년 반복된다는 겁니다.
처음엔 당연하다고 생각했습니다.
‘며느리니까 이 정도는 해야지.’
‘시어머니도 옛날엔 이렇게 하셨겠지.’
그런데 해가 갈수록 이 감정은 참는 게 아니라 쌓이는 것이라는 걸 깨달았습니다.

그리고 더 큰 문제는,
이걸 남편이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다’**는 거예요.
"힘들면 말해, 그냥 안 해도 돼."
"내가 엄마한테 말해볼까?"
그런 말들이 오히려 더 힘들게 들릴 때가 있어요.
그 말은 결국 ‘책임을 너에게 다시 넘기는 말’처럼 느껴지니까요.

가끔은 진심으로 묻고 싶습니다.
왜 여전히, 명절 노동은 여성 몫으로 남아있는 걸까.

요즘은 주변 친구들과도 이런 얘기를 자주 나눠요.
누군가는 명절마다 ‘시댁 vs 친정’ 싸움이 벌어진다고 하고,
누군가는 그냥 아예 ‘각자 집에서 명절 보내기’를 선언했다고도 하더군요.
그 이야기가 부럽기까지 합니다.

그리고 또 이런 생각도 들었어요.
혹시 우리가 이런 구조를 바꿔야 한다는 말을
너무 늦게 시작한 건 아닐까 하고요.

명절이 끝난 후 집에 돌아오는 길.
남편은 "고생했어" 한 마디를 툭 던지고,
저는 그 말이 고마우면서도 얄밉게 느껴졌습니다.
왜 나는 당신과 같은 가족인데,
명절 내내 ‘도움 주는 사람’ 역할로만 존재했는지.

이제는 정말 묻고 싶습니다.
이 구조를, 언제까지 반복해야 할까요?
그리고 이 반복 속에서 나는 얼마나 더 침묵해야 할까요?

변화를 말할 용기.
지금 내겐 그게 필요한지도 모르겠습니다.
‘며느리의 자리’에서 ‘가족의 자리’로,
나를 옮겨주기 위해서는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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