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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스타에서 본 그 카페, 직접 가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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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청량미
댓글 0건 조회 630회 작성일 25-05-19 12: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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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인스타그램 피드를 보면,
너도나도 한강뷰 카페, 무드 조명 카페, 자연광 가득한 통창 카페 사진을 올리더라고요.
그래서 저도 주말에 용기 내어 그 ‘핫플’ 중 하나에 다녀왔습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예쁘긴 진짜 예쁩니다. 그런데 그게 다였어요.

가자마자 느낀 건, 기다리는 사람이 너무 많다는 거예요.
예약 시스템이 없는 구조라서 줄 서서 기다리는 건 기본이고,
저처럼 평소에 줄 서는 걸 싫어하는 사람에게는 이미 첫인상부터 피로가 쌓이죠.

기다리며 구경하는 주변 사람들의 모습은 모두 스마트폰을 들고 있더군요.
사진 찍기 좋은 각도, 배경, 구도 찾느라 바쁩니다.
그 모습을 보며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어요.
“여긴 커피 마시러 오는 곳이 아니라, 사진 찍으러 오는 곳이구나.”

자리 안내받고 앉았는데, 창가 자리는 이미 만석.
실내 조명도 분위기 위주로 조도가 낮다 보니
커피 사진은 잘 나와도, 메뉴판은 잘 안 보일 정도예요.
주문은 키오스크인데, UI가 복잡하고, 옵션 선택은 제한적이더군요.

그래도 가장 인기 있다는 메뉴를 골랐습니다.
이름부터 ‘스노우 블러썸 카페라떼’ 같은 화려한 이름.
나오자마자 한 컷, 두 컷, 세 컷… 사진부터 찍는 게 습관처럼 되어 있었어요.
마셔보니, 딱 한 모금에 ‘예쁘지만 평범하네’라는 느낌이었습니다.

맛 자체로 기억에 남는 건 거의 없고,
“내가 이 장소에 다녀왔다”는 기록이 전부인 경험이었달까요.

카페 안의 분위기도 조금 특이했어요.
대부분의 손님은 대화를 하지 않고,
각자 스마트폰과 함께 있거나, 혼자 셀카를 찍고 있더라고요.
어딘가 조용한데, 그 조용함이 ‘고요’가 아니라 ‘단절’ 같았어요.
심지어 옆 테이블 커플도 말 한마디 없이 사진만 찍고 있었고요.

그날 집에 돌아오는 길에 이런 생각이 들었어요.
“우리는 진짜 카페에서 무얼 원하는 걸까?”

예전엔 카페가 친구들과 수다 떠는 공간,
때로는 책 한 권 읽는 공간이었는데
요즘은 점점 **‘보여주기 위한 공간’**으로 변해간다는 걸 느낍니다.

예쁘게 찍은 사진 한 장,
그걸 올리고 좋아요가 몇 개 붙는지 확인하며 기분이 들쭉날쭉하고…
카페에서의 경험보다, 그걸 증명하는 이미지가 더 중요해진 시대가 된 거죠.

물론 예쁜 공간은 그 자체로 힐링이 되기도 하고,
그런 장소가 있다는 것만으로 위안이 되는 분도 많을 겁니다.

하지만 저에겐 그날의 카페가
커피보다, 풍경보다, 좀 외로운 기억으로 남았습니다.

그 후로는 사진이 좀 덜 나와도
조용하고 따뜻한 분위기의 동네카페를 더 자주 찾게 됐어요.
사람 냄새 나는 공간이, 요즘은 더 소중하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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